2. 토너, 로션, 에센스, 크림
등의 복잡한 공식이 필요할까?
10년
전, 외국 화장품 회사에 근무할 무렵 프랑스에서 온 여자 매니저와 함께 방을 쓴 적이 있다. 한국 여직원들은 스킨-로션-에센스-아이크림-크림 등 많은 단계의 화장품을 챙겨가서 세안 후 순서대로
발랐다. 그런데 그 당시 화장품의 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온 그 여자 매니저는 세안 후 크림 한 개만
바르기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 지금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스킨-로션-에센스-크림의 공식이
아침저녁으로 흔히 반복된다. 물론 여기에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 및 메이크업 제품 등이 추가된다.
과연, 이렇게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꼭 사용해야 할까? 피부 결을 정돈하기 위해 토너를 바르고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값비싼 에센스, 앰플 등을 바르는데 이런 것은 로션이나 크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토너나 스킨은 피부 결과 전혀 상관이 없다. 피부 결은
세포 하나하나의 건강 상태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토너를 바르는 것과는 무관하므로 피부 결 정돈을 위해 토너를 바를 필요는 없다. 단,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토너나 스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안 후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서 가볍게 닦아냄으로써 메이크업의 잔여물을 지워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가 지성인 경우는 피지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알코올이 함유된
토너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피부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과정은
세안–보습–자외선 차단(cleansing-
moisturizing- sun protection)이다. 세안 후 우리가 로션-에센스-크림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모두 보습의 기능을 하는
것들이다.
물론, 요즘은
이런 보습제 안에 기능성 화장품 성분들을 첨가하여 피부의 미백이나 주름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킨케어 단계들의 주된 역할은 모두 '보습'이다.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단계의 보습제들을 굳이 큰 비용을 들여 구입할 필요도 복잡하게 바를 필요도 없다.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적절한 보습제를 고르면
된다. 피부가 지성인 경우는 유분이 없는 오일 프리 보습제를, 피부가
건성이거나 노화 피부의 경우는 보습력이 높은 크림 타입의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
지금부터라도 약국에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하여 로션, 크림, 에센스, 세럼, 앰플 등의 수많은 분류와 사용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 피부 관리는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게 에센스이든 크림이든 한 가지면 충분하다.
상담을 통해 고객의 피부 타입을 약사가 진단하고 지성이라면 유분이 포함되지 않은 가벼운 타입의
보습제를, 건성이라면 유분 함량이 높은 꾸덕한 타입의 보습제를 선택하도록 권유해 보자.
고객은 약사로부터 화장품 선택에 필요한 상담을
받고 싶어하고 약국의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며 피부와 관련된 예방의약학의 주체로서 약사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피부 관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토너-에센스-로션-크림 등의
복잡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품은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유사한 성분으로 여러 가지를 겹겹이 바른다고 원하는 기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잘 알고 효능이 있는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객에게 전파하는 약사의
상담 노력이 중요하다.